치과진료때문에 잠깐 내려온 김에 몇일동안 부모님 댁에서 머물렀습니다. 저도 태어나서부터 중학교때 까지는 이곳에서 자랐으니 나름대로 고향인 셈입니다. 제가 지금보다도 철없고 무지하던 어린 시절에 참 좁은 눈으로 살아왔던 곳입니다. 이곳이 전부인줄 알았고, 부모님의 그늘밑에서 편안하고 행복한 미래가 보장되어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도시로 전학을 가고, 이후 서울에서 재수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부끄럽게 살아왔나 후회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그 후회는 열등감이 되었고 아직까지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서울에서 보았던 것들, 그리고 그 세계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아니, 포기보다는 얻을 수 없었던 저의 부족함을 늘 저주스러워 합니다.

이제와서 누구를 탓하고 할 문제는 아닙니다.  제 스스로를 탓하기에도 많이 지쳤기에 이제는 그저 흘러가는대로 맡겨 요 몇달을 지냈습니다. 아직도 이렇게 나태한 제 스스로를 미래의 언젠가는 후회할 날이 올거라 생각이 들지만, 지금의 상태에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행동에 옮기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늘 얻을 수 없었던 저였기에 앞으로 노력또한 이전의 것들처럼 물거품이 될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앞을 볼 수 없습니다. 아직도 어제, 엊그제의 일들에 갇힌체 제 가슴에 못질을 합니다. 왜 그때 그렇게 했냐 이 병신새끼야. 이러면서 말이죠. 요즘같이 날이 더워 잠도 설칠때면 더욱 깊숙히 못을 박는 듯 합니다. 참 산다는게 쉬운거 같지만 내일을 생각하면 한없이 까마득하기만 합니다.


작년 마지막 연애를 끝마치고 나서 스스로 힘들었던 점은 사랑을 잃은 슬픔보다는 너무도 무능력한 제 자신이었습니다. 그것이 경제적인 요인이 되었건 아니면 다른 점이 있어서 너무도 미숙한 제 모습이 치가 떨렸습니다. 이별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제가 가진 거라고는 성숙했던 저의 모습도 아닌 그저 비참한 몸뚱아리만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 역시 저의 그러한 무능력함 때문에 저를 떠났습니다. 사랑이라 믿었던 것도, 결국은 무언가에 떠밀리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사랑만큼은 진실하다 믿었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조금씩 깨달아가는 듯합니다. 연인의 관계는 갑과 을, Give and Take의 관계일 수 밖에 없는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곧바로 다른 사람을 만났고 비록 나이는 더 어리지만 이것저것 그녀의 조건에는 맞았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녀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다면 왜 스스로 떳떳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아쉬움뿐 다른 감정은 전혀 남아있지않습니다.


어떻게든 성공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성공의 척도는 현재로서는 돈입니다. 어렸을적 꿈없이 돈만 쫓는 사람을 불쌍하다 여겼지만, 지금에서야 제 스스로 얼마나 한심했는지 반성하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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