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부산에 친구와 내려가면서 소개받은 사람을 만나러 이태원에 갔습니다. 이전에 옥수동 살때는 이태원이 가까웠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가보질 않았습니다. 뭔가 모를 이질감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당시에는 지금보다도 더 밖에 나가기를 꺼려했기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랬습니다. 여기저기 맛집을 알아보고 약속을 잡아서 만남을 갖기까지 뭔가모를 초조함과 설렘은 몇번을 소개팅을 하더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일본 가정식 식당에서 밥을 먹고 조금 걸어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 뭔가모를 벽에 계속 느껴졌습니다. 제가 학생인지도 모르고 나왔던 그 분은 적지않아 당황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학생이라는 이유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썩 맘에 들어하지는 않는 느낌이 괜히 저한테까지 느껴지는 까닭에 저도 꽤나 불편했던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괜히 심장이 빨리뛰는 듯 하고 땀도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어제는 커피를 네잔이나 마셨습니다. 꽤나 몽롱한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몽롱했던 하루 중에 기억에 남는거라고는 만났던 그 사람도 아니고 식당에서 먹었던 가정식도 아닙니다. 어제는 정말로 커다란 보름달이 떠 있었습니다. 카페에서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떠들고 있을 무렵, 창밖으로 스티커처럼 샛노랗고 밝은 보름달이 떠있었습니다. 추석당일에는 보름달은 커녕 달조차 구름에 가려 보기 힘들었는데 말이죠.
정말 오랜 친구를 아니 오래 전의 연인을 만난듯 했습니다. 저는 달을 정말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 무게는 절대로 무겁거나 가벼운 것이 아닌, 초연한 무언가라 생각합니다. 아무런 불순물이 끼어있지 않은, 대상과 나 둘만의 존재에서 저의 일방적인 순수한 마음, 그리고 대상 역시 그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혹은 제가 지금까지 경험해 본 연인과의 감정 그 어느 것보다도 차갑고 뜨거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슨말을 하는지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