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는 집안에 제사가 있었습니다. 사촌누나가 연락이 와서 같이 내려가자는 제안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골까지 정말 편하게

내려온 것 같습니다. 올해로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벌써 7년이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습니다. 전화하면 아직도 목소리가 생생한데 조금은 서글픕니다.

할아버지도 이제는 조금씩 기억력이 안 좋아지시는 것 같습니다.


어제는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전주에 있는 한옥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처음에는 통영을 다녀올까 했었는데, 저녁에 모임이 있으시기도 하고, 통영까지는 거리가 좀 있는 듯 해

전주를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늘 전주의 먹거리에 대해 뭔가 모를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이전에 친구와도 함께 다녀오자 말만 했었지만 결국 다녀오지 못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가족과 함께 처음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남문시장에서 아버지와 피순대와 국밥을 먹고 드시질 않는 어머니를 위해 무슨 고양이 이름 비슷한 콩나물국밥집에서 바로 또 끼니를 때웠습니다. 소화도 시킬겸 주변에 경기전이라는 곳도 들어갔는데, 3000원 입장료가 좀 아까웠습니다. 솔직히 말해 한복입고 돌아다니던 어린 친구들 구경이 더욱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았던 탓에 다른 먹고싶었던 것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한옥마을 앞에 있던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티라미스 한조각만 후딱 먹고서 집에 서둘러 돌아왔습니다.

날이 너무 추워서 시장에서 깔깔이를 하나 사주셨는데, 가격대비 따뜻하게 잘 입었습니다. 가지고 오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시골에 가면 자주 애용할것 같습니다.


고모와 사촌누나와 동생과 맥주도 마시고 통닭도 시켜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고 이른 시간에 잠을 청했습니다. 아버지는 이른시간에 등산을 가셨고 어머니도 아침부터 일어나셔서 미역국을 끓이시고 반찬을 해주셨습니다. 생일상을 받아 밥을 먹고, 급하게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제 나이도 이제 28이 되었습니다. 결코 오지않을 것만 같은 날들에 한발짝 한발짝 다가갈 때마다 조금씩 커지는 불안감 때문인지 많이 조급해지기도 합니다. 무엇을 해나가야 하고, 무슨 일들이 닥칠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들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늘 앞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민들을 매년 연례행사처럼 하고 있지만 과연 제 스스로 얼마나 발전해나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딱히 드릴 수 있는 말이 없습니다.


촛불을 불고, 미역국을 먹고 나이의 뒷자리 수를 한자 한자 씩 바꿔나갈 때마다 조금씩 무뎌지기도 하는 듯 하지만 변하지 않는 제 스스로가 조금은 걱정입니다. 그래도 빈말일지라도 축하 연락을 준 사람과 친구들에게 고맙습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어찌저찌 버텨온 제 스스로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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