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29. 토요일
_Eugene
2018. 12. 23. 05:31
1년이 지났고,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제가 오기 이전에 기대했던 것 만큼의 커다란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일어났는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그것들을 그저 무심히 넘겼는지
아님 이제 그러한 것들에는 무뎌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잘 지내지도, 잘 지내지 못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한해를 넘겨가는 시점에서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그리고 나라는 놈의 값어치에 대해서 늘 혼란스럽고 힘들기만 합니다.
아는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아 우연히 영국에서 일거리가 닿아서 디자인 외주 작업을 진행해보기도 했습니다. 제가 얼마나 부족한 놈이지,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하는지 절실히 다시 깨닫습니다. 배워야 할 것은 산더미나, 늘 내가 가진 것들에 한계를 짓고 그 안에서만 무언가를 만드려다 보니 늘 무리가 있습니다.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잘 알면서도, 그것들에 쉽게 미련을 버리지 못합니다. 남의 것들은 흠집을 먼저 찾으려 하고, 그들의 감성에 대해서는 별것도 아닌 것들로 쉽게 치부해버리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지 디자인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반적인 제 주변의 모든 것들에 이러한 생각들이 들어 걱정아닌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개성과 주관이 아닌 고집과 독선으로 번지는 것을 주의해야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아무튼,
여전히 어딘가에서 방황하고 있기만 합니다.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