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27. 화요일
_Eugene
2018. 10. 9. 23:19
머리 속이 새하얗습니다. 맑은 하늘만큼 그 어떠한 것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제가 비워두고 있는 자리를 자꾸 되새겨 보고 그 곳에 채워넣어야 할 것들을 생각해봅니다.
친구들이 떠나갔고, 전 여전히 제자리에 있습니다. 더 나아가야하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쉽게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마음먹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노팅엄에 왔고, 한참을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녀는 저에게 마치 이제 가면 다시는 못볼 사람인것 같은 느낌이 들어 보내주기 싫다고 합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합니다. 지금의 관계에 관해서, 이 방향에 대해 우리는 과연 옳은 것일지, 올바른 관계일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그때마다 회의적인 결론을 혼자서 내리지만, 쉽사리 그 결정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 만큼 어려운 것도 없는 듯 합니다.
지금까지 몇번이나 뒤돌아서고 싶어했으며, 목 끝에서 내뱉고 싶어했던 말을 끝내 하지 못했으면서 앞으로 어떠한 길을 가려하는지 제 스스로도 잘 모르겠습니다.
더 많은 생각을 해야하고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그것들을 저의 방식대로 소화해내고 기록하고 싶습니다.
꼭 유학이어야만 했는지 그 뚜렷한 당위성에 대해 아직까지 찾지 못한 저의 한심함과 자괴감을 기록해두었는데, 어쩌면 그것들이 저의 큰 자산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느꼈던 공기의 온도와 그 감촉, 그리고 골목 골목의 그 냄새와 하늘의 붉은 빛은 직접 제가 경험하지 않았다면 결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