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Movie> Her (2013)
기분이 괜히 멜랑꼴리해지는 날이면 생각나는 영화입니다. 주연인 호아킨 피닉스가 어렸을 적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그 못난 왕자라는 것을 깨닫고 많이 놀랬지만, 그래도 왠지 모를 푸근한 아저씨가 된 느낌입니다.(가만히 보면 슈퍼마리오의 마리오를 닮기도 한 듯 하네요.)
영화를 여러번 보면서 나도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만 같다는 확신이 조금씩 들었습니다. 물론 마냥 기쁘지않았습니다. 하기사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 감정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피어나기 마련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소통이 가능하다면 대상은 무엇이던 간에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정신적인 사랑의 측면으로만 봤을 때 말이죠. 영화에서 주인공과 인공지능이 하려했던 육체적 사랑의 시도는 사실상 일방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결국 한계였다 생각합니다.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결국 인공지능은 실체는 가상의 세계에서만 존재 할 뿐 실체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 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들은 결국 그 실체의 한계를 극복한 사랑을 이루어 냅니다. 주인공에게 OS로서의 그녀의 존재는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나와 상대방, 즉 단 둘 사이의 교감,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의 문제로 주인공은 결국 깨닫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OS역시 그러한 본인의 모습에 더이상 상처를 주지 않기위해 주인공을 떠나려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녀가 읽는 책, 그리고 그 단어와 단어 사이의 무한한 공간, 그 곳에서 존재하는 그녀는 주인공과의 사랑이 불가능함을 깨닫죠. 그녀와 그가 읽는 이야기의 속도는 결코 같을 수 없음을 깨달았기에 그녀는 홀로 너무도 외로웠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를 떠남을, 하지만 그가 언젠가 찾아와주길 바랄 뿐이었습니다.
사랑이란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감정, 혹은 그보다도 못한 어느 본능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때로는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때는 사랑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가장 소중한 가치인지도 모르겠다고 여겼지만 과연 그러한 것인지, 돌이켜 생각해보면 가장 가벼운 것도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저 역시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고 또 헤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때는 그 사람이 없으면 죽을 듯이 괴롭지만, 결국은 시간만큼 가장 효과적인 약도 없는 듯 합니다. 단지 그 시간을 잘 견뎌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약효는 약하더라도 그만큼 확실한 처방입니다. 물론 또 다른 사람을 만나는 처방을 할 수도 있지만, 이전의 사랑을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본인에게나, 그리고 상대방에게도 좋은 관계를 이뤄나가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한때는 나의 전부를 주어도 부족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그 길의 끝에서 저는 제 스스로를 잃고 방황했습니다.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타인을 만나고 사랑하기에 앞서서 온전히 본인에 대해 알고있는지의 여부인 것 같습니다. 모든 만남은 헤어짐을 향해 가는 여행입니다. 종착역에 도착하면 혼자 남겨지게 되죠. 그리고 그 시간동안에 얼마나 잘 견뎌내는지의 문제는 내 자신을 온전히 지켜냈을때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다짐도 사랑앞에서는 결국 굴복하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늘 예측불가한 것,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매혹적이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저와의 시간을 함께해준 그녀에게 감사합니다. 함께 만날 때는 몰랐지만, 돌이켜보면 지금까지의 살아온 날들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을 함께해준 그녀였습니다. 비록 이제는 다시 만나서는 안될, 그런 관계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야 온전히 과거의 추억을 간직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그리고 그녀에게도 말이죠. 저와 함께 같은 공간에서 존재해주었던, 그리고 그 시간동안 함께 해왔던 모든 것들 덕분에 오늘의 제가 존재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녀의 앞날에 행복만이 가득하길 바랄뿐입니다. 그리고 꼭 그래주었으면 합니다.
"Dear Catherine, I've been sitting here thinking about all the things I wanted to apologize to you for. All the pain we caused each other. Everything I put on you. Everything I needed you to be or needed you to say. I'm sorry for that. I'll always love you 'cause we grew up together and you helped make me who I am. I just wanted you to know there will be a piece of you in me always, and I'm grateful for that. Whatever someone you become, and wherever you are in the world, I'm sending you love. You're my friend to the end.
Love, Theodore."